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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군인 선생님’에게 있는 특별한 2%
2009.02.20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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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워크숍에 참가한 장병들이 레크리에이션 교육을 받고 있다. <가운데>하룻밤의 정(?)을 나눈 참가장병들이 휴식시간을 이용해 담소하고 있다.<아래>‘공부도 식후경’….
“일 년을 내다보면서 곡식을 심고, 십 년을 내다보면서 나무를 심고, 백 년을 내다보면서 인재를 양성한다”는 말처럼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은 먼 훗날을 내다보고 세우는 백년대계(百年大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대한민국이 전쟁의 폐허 위에서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원동력은 인재 양성에 있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군의 교육도 한몫했다.

사설학원 하나 없는 첩첩산중 청소년들에게 영어·컴퓨터·특기적성 교육은 물론 고민 상담까지 1인 다역을 수행하는 군 장병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육군8군단 예하부대·공군18전투비행단 소속 방과 후 교사들이 그들이다.

# 정식 교사 자격증 없어도 성과 ‘탁월’

세계에서 유일하게 비무장지대(DMZ) 내에 있는 대성동초등학교. 이 학교는 40여 년 동안 졸업생이 149명(2008년 기준)인 ‘초미니 교육기관’으로 지난해에는 전교생이 6명에 불과해 폐교 위기에 놓였었다. 그러나 한미 장병들이 영어교육을 시작하자 전입생 수가 증가, 개교 이래 최다인 25명으로 학생 수가 대폭 늘었다. 또 전입 대기자도 수십 명에 이른다.

지난주 기자가 만난 ‘순수 토종’ 방과 후 교사들도 이에 못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육군102기갑여단 장병들이 지도를 맡은 강현초등학교(양양군) 학생은 지역 영어경시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고, 이 학교는 강원도교육청 지정 영어연구시범학교로 선정됐다. 학원 한 번 다니지 않은 ‘시골학생’이 큰 일을 해낸 것이다.

또 육군22사단은 천진초등학교(고성군)의 요청으로 4월부터 영어·컴퓨터·과학 등을 지도하기로 했으며, 육군23사단·해군1함대·공군18전투비행단 장병들도 각지에서 아이들의 수업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이렇듯 ‘군인 선생님’의 효과가 탁월한 이유는 군 장병들이 ‘공부하는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 꿈과 희망 심어주는 ‘사랑 바이러스’

양양군 쏠비치리조트에서 강원인적자원지원개발센터(RHRD) 주관으로 열린 ‘평생학습사회 구축을 위한 모범장병 워크숍’에 참가한 50여 명의 장병들. 초빙강사의 말 한마디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전방을 주시하는 장병들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 지역 내 방과 후 학교·주말학교 교사, 부대 내 검정고시 응시자들의 학업지도를 맡고 있는 ‘현직 선생님’인 장병들은 전문지식 함양을 위해 ‘열공’ 중이었다.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란 하늘과 동해바다의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아름다운 곳이지만 누구 하나 고개 돌리는 사람 없었고, 분위기에 동화돼 강원대 교육학과 이칭찬 교수도 열정적으로 강의를 진행해 시간을 더 달라고 할 정도였다.

아동·청소년의 심리를 열강한 이 교수는 “어려운 환경의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여러분은 ‘사랑 바이러스’ ”라며 “대학을 가기 위한 주입식 교육은 학교·학원으로도 충분하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한다는 타성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긍정의 마인드를 품을 수 있게 이끌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의를 들은 유승범(육군8군단 특공대대) 이병은 “그동안 영어를 가르치면서 내 생각, 내 방식, 내 수준에 맞춰 아이들을 억지로 끌고 온 것 같다. 이제부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게, 친형·친오빠라는 생각이 들도록 지도하겠다”며 교육 소감을 밝혔다.

# 군부대는 우리 마을, 군 장병은 우리 주민

민족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세계유일의 분단도(道) 강원도는 국가안보의 요충지이자 군 장병이 경제에 기여하는 비중이 가장 큰 지역으로 군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이에 강원도는 지역경제의 동력인 주둔군을 ‘강원도민’으로 인식, 전역 후에도 다시 찾는 ‘제2의 고향’으로 만들기 위해 1995년부터 각종 유대강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이날 인적자원지원개발센터가 모범장병 초청 워크숍을 개최한 것도 ‘군 도민화 정책’의 일환.행사를 총괄한 염돈민 센터장은 “지역 내 우수한 군 인적자원의 자기계발을 돕고 강원도를 이해하는 계기를 모색하기 위해 워크숍을 기획했다”며 “그동안 각종 대민지원과 방과 후 학교 지원 등 봉사활동에 땀흘린 장병들에게 감사하며 앞으로도 지역을 위해 열심히 뛰어 달라”고 부탁했다.

염 센터장은 이어 “지난해부터 예산이 감소해 더 많은 장병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며 “그러나 강원도와 군은 하나라는 의식이 정착된 만큼 군내 동아리와 장병 자기계발을 최대한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육군8군단 직할대 장병들을 인솔한 인사장교 김문호 소령도 “평일에, 그것도 이틀씩이나 병력을 참석시키는 게 결코 쉽지 않았지만 강원도, 나아가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일이라 부대차원에서 흔쾌히 협조했다”며 “장병들이 오늘 교육을 자양분 삼아 국민과 함께하는 위민군(爲民軍)상 정립에 밀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전문가 초빙교육은 물론 레크리에이션 기법 강의와 정선아리랑 공연을 가미,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워크숍을 알찬 시간으로 채워 큰 호응을 받았다.

제공: 국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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