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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미디어 교차 소유에 대한 미국의 경험
2009.02.26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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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방송 소유권을 규제하기 시작한 것은 라디오 방송의 초기인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방송사는 다양한 견해를 제공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는 것이라 여겨졌다. 한 개인이나 업체가 특정지역 혹은 전국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방송사 수는 제한됐고, 동일 지역 내에서 서로 다른 매체를 교차 소유하는 것도 금지됐다.

하지만 이 규정은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허용 정도나 범위가 완화됐다. 1950년대에는 한 업체가 소유할 수 있는 최대 방송사 수를 최대 7개 AM과 7개 FM, 7개 TV 방송사로 제한(7-7-7 규정)하던 것을 1985년에는 12-12-12, 1992년에는 18-18-12, 1994년에는 20-20-12로 늘린 것이다.

소유 규제도 세월과 함께 변해

2003년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미디어 소유권에 대한 결정’을 발표했다. TV네트워크사의 전국 방송 소유 상한선을 높이고, 동일지역 안에서의 복수·교차 소유 규정을 완화한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현 한국 상황을 능가할 만큼 격렬한 공방이 벌어졌다.

탈규제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소유권 제한규제가 규모의 경제를 압박해 비효율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신매체들의 폭발적 출현을 감안할 때 ‘의견의 다양성’ 주장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도 했다. 소유한도가 높아지면 다른 형태의 방송이 양적으로 늘어나고, 도산위기에 있는 사업체를 살릴 수 있으며, 광고도 늘어나 궁극적으로는 방송의 질적 향상을 가져온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반대의 입장에서는 미디어 소유 집중 심화가 우려했다. 케이블이나 인터넷은 독립적인 지역뉴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들어, 동일 지역 내에서 신문과 TV의 교차소유를 허락할 경우 보도 다양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7년말 FCC는 오랫동안 고민해오던 신문과 TV 방송 교차소유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통과시켰다. 개인이나 한 회사가 신문과 TV 방송사를 동시에 소유할 수 있도록 하되, 상위 20대 시장에서만 허용키로 한 것이다. 또한 해당 방송사는 매출액 기준으로 그 지역에서 상위 4개사에 들면 안 되고, 합병 후에도 그 지역에는 8개 이상의 경쟁 매체가 있어야 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산업이 살아야 언론도 살아

한국은 정보와 통신 부문에서 이룬 발전을 방송과 접목해 소위 컨버전스 서비스 부문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방송도 기술적 경제적 측면에서는 엄청난 발전과 변화를 이루어냈다. 이 부분에서 국제경쟁력을 유지·강화하려면 약간의 대가는 필수불가결하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변화를 추구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기득권과의 타협이다.

문제는 산업을 우선으로 하되, 어떻게 언론과 문화 부문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느냐 하는 점이다. 언론과 문화를 지나치게 우선할 경우 아무리 새로운 기술이라 하더라도 산업으로 발전하지 못한다. 산업으로 발전하지 못한다면 전통적인 의미의 언론과 문화도 설자리를 잃기 마련이다.

산업에 초점을 맞춰 파이를 키우면서 이를 통해 창출된 부를 언론과 문화 발전에 쓰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방송과 신문과 연계하는 것을 넘어 통신과도 연계해 총체적인 경쟁구도로 이끌어갈 때 이러한 효과는 더 빨리 구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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