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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산책하듯 주둔지 경계…건강·화합은 ‘덤’
2009.02.27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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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에 실패한 자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자는 용서할 수 없다’. 어느 부대를 막론하고 경계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

하지만 경계를 강화하면 장병들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렇다면 부담은 가중시키지 않으면서 경계의 ‘질’을 높이는 방안은 없을까.
육군72사단은 최근 불가능해 보이는 두 가지 과제를 모두 충족시키는 접합점을 찾아냈다. 전 부대원이 전투행군을 하며 각 경계초소를 확인하는 산악순찰 겸 등산 시스템인 ‘울타리 밟기 순찰프로그램’이 그것.

단순해 보이지만 큰 효과를 내고 있는 울타리 밟기 순찰프로그램 현장을 찾았다.사단을 찾은 날은 성질 급한 봄이 부대 울타리 언저리를 서성이던 25일. 오후 4시 30분이 되자 장병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맹호연대 1중대원들도 편안한 복장과 마음으로 순찰에 나섰다.

‘순찰’이라지만 주둔지 내에 울타리 순찰로를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는 것인 만큼 장병들은 산길을 걸으며 성큼 다가온 봄기운을 만끽하는 틈틈이 쓰레기를 줍고 혹시 울타리의 훼손된 부분은 없는지 살폈다.

김진현(23) 병장은 “초소 사이 간격이 넓어 초소 근무자들이 자칫 놓칠 수 있는 부분이 적잖은데 많은 장병이 살피다 보니 의외로 많은 것이 눈에 띈다”며 “지난 번에는 멧돼지 때문에 철책이 훼손된 것을 신속하게 발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얼마쯤 걸었을까. 첫 초소가 눈에 들어왔다. 적막 속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경계병들은 두런두런 들리는 목소리와 발소리에 긴장감 반, 반가움 반으로 자세를 고쳐잡았다.

1중대장 최형석(학사44기) 대위는 초소에 들러 경계병들을 격려했고 병사들도 눈인사를 잊지 않았다.경계병 장상필(24) 상병은 “경계근무를 서다 가끔 느슨해질 때도 있는데 울타리 밟기 순찰프로그램이 도입된 후부터는 근무 중 혹 내가 발견하지 못한 것이 다른 장병들의 눈에 띄지는 않을까 더 긴장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산책에서 대화가 빠질 수 없다. 걷다 보면 선후임, 간부와 병사가 개인신상에 대한 얘기도 부담 없이 나누게 됐다. 사무실 책상 앞에 마주앉아 정색하고 나누던 대화와는 또 다른 느낌의 교감이 이뤄진다. 1시간 30분 남짓 걷다 보니 어느덧 부대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순찰프로그램이 마무리된 것이다.

이날 장병들이 참여한 울타리 밟기 순찰프로그램은 사단이 실질적인 순찰·점검 활동을 통해 경계작전의 효율성을 상승시키기 위해 도입한 프로그램. 매일 오후 4시 이후를 체력단련 시간으로 정하고 전 장병이 주둔지 내 울타리 순찰로로 전투행군을 하는 내용이다. 전투행군이라지만 산책이나 다름없어 누구나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다.

참여자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걷지만 그 성과는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다. 우선 장병들이 부대 책임지역을 명확하게 알 수 있고 경계병들의 경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굳이 ‘점검’하지 않아도 인적이 없는 곳에서 근무하는 경계병들에게는 ‘사람’ 자체가 긴장감을 준다. 경계병들이 놓치기 쉬운 울타리 주변 쓰레기를 줍거나 취약지역을 살피는 것도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몫이다.

그렇다고 부대만 이득을 보는 것도 아니다. 참여자들은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건강을 챙기고 더 나아가 부대원들 간의 화합까지 도모할 수 있다. 사단은 부대 특성을 100% 활용, 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북한산 자락에 위치해 경관이 뛰어나고 순찰로가 일반 등산로 못지 않게 조성돼 있는 데다 울타리를 모두 돌 경우 상당한 운동이 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도입 초기지만 프로그램을 응용해 활용하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다. 공병부대의 경우 시설물의 고칠 곳은 없는지 점검하는 데 중점을 두는가 하면 수색대대는 걷는 대신 뜀걸음으로 순찰로를 돌고 있다. 크로스컨트리가 따로 없는 셈이다.

수색대대장 안재원(학사14기) 소령은 “대대원들의 산악행군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평가했고, 대대원 이상훈(23) 상병은 “순찰로를 달리며 체력을 단련해 다음달 열리는 사단 특급전사선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부대는 이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부족한 부분은 조기에 보완해 경계태세가 확립된 가운데 생동감 넘치는 부대 관리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모두 윈윈하는 것이죠”-정종진 준장·육군72사단장

“우리 부대는 동원사단이지만 수도권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습니다. 경계에 관심을 갖는 것은 필수지요. 울타리 밟기 순찰프로그램은 전 부대원의 시선·발걸음을 집중시켜 경계의 질을 높이자는 차원에서 시작했습니다.”울타리 밟기 순찰프로그램을 처음 창안·도입한 육군72사단장 정종진(육사34기) 준장은 이 제도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하지만 도입 당시 순찰프로그램은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다. 병사는 몰라도 간부들에게 일주일에 몇 번씩 부대 울타리를 도는 일은 만만찮은 과제였기 때문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고난 없는 영광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성가시더라도 해야 할 일은 해야 군이 바로 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좋은 습관만큼 좋은 재산도 없는데 이렇게 규칙적으로 걷기 운동을 하는 것은 모든 장병에게 좋은 습관, 더 나아가 좋은 재산이 될 겁니다. 그야말로 부대와 개인이 모두 윈윈하는 것이죠.” 자신 역시 일주일에 한 번씩 울타리 전체를 걷는 사단장은 이것만큼 좋은 현장 지휘도 없다고 강조했다.

제공: 국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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