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대학생 연수·취업(WEST) 프로그램이 11일 출범식까지 마치고 시행 3주 앞으로 다가왔다.

WEST프로그램은 대학 재학생 및 졸업생이 18개월간 미국에 머물면서 영어연수(5개월)와 인턴 취업(12개월), 여행(1개월)까지 할 수 있는 제도로, 이명박 정부가 지난해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일궈낸 성과물 중 하나다.

이번 1기 프로그램에는 총 605명이 지원, 외교통상부 글로벌지원단 영어면접을 통해 328명이 선발됐고 이들 중 미국 스폰서 기관 서류 및 인터뷰 심사까지 통과한 190명(저소득층·장애인 35명 포함)이 최종 참가자로 확정됐다.

참가자들은 이달 말 출국해 다음 달 초부터 본격적인 영어연수 일정에 들어간다. ‘대한민국 정책포털’은 출국을 앞둔 3명의 참가자를 만나 WEST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와 미국생활에 대한 포부를 들어봤다.<편집자>

 

WEST 프로그램 최종 참가자로 선발된 (왼쪽부터) 임수항(25, 조선대 영어교육과 졸), 노승환(27, 한양대 정보기술경영학과 졸), 심혜민(26, 단국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졸) 씨.<사진=문화체육관광부 홍보지원국 이성규>

- 어학연수, 민간 인턴 프로그램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을 텐데 굳이 WEST 프로그램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WEST 프로그램 참가를 결심하게 된 이유를 좀 들어볼까요?

임수항(임) : 전공(영어교육)이 전공인만큼 임용고시를 2년간 준비했어요. 영어도, 외국인과 대화하는 것도 참 좋아하는데 교생실습 다녀온 후 교사라는 직업이 저와는 안 맞는단 사실을 알게 됐어요. 시험을 아예 안 봤습니다. 가장 중요하던 목표가 사라지니 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던 중 WEST 프로그램을 알게 됐습니다. 정부가 보증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믿음이 가셨는지 부모님께서도 적극 권하셨어요. 최초로 국가 정상간 체결에 의해 시행되는 인턴십이라는 점에서도 기대가 컸습니다. 아무래도 불황에, 졸업에…,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이지만 ‘위기가 기회’라는 말도 있잖아요. 대학 때 임용고시 준비하느라 외국 한 번 못 나갔다 왔는데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을까 싶어요. 이번 기회를 통해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 볼 참입니다.

 

심혜민(심) : 예전부터 영어를 배우고 싶었는데,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이라 어학원이나 사설 학원 다니기는 어려운 형편이었어요. 이번 2월에 졸업하면서 다양한 회사에 입사 지원서를 냈는데 영어 컷트라인 문제가 계속 걸리기도 했고…. ‘정말 영어공부 할 기회만 주어진다면 열심히 할 수 있겠다’ 생각하던 참에 작년 8월, WEST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단 뉴스를 들었어요. ‘날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죠. 꼭 참여하고 싶어서 정보도 꼼꼼히 찾아보고 학교설명회에도 나가면서 준비했습니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에겐 80% 정도 지원금이 나와요. 이번에 1680만원 가량의 거금을 지원받게 됐습니다.(웃음) 남동생(심정훈, 24, 서울시립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졸)과 같이 합격돼서 더 감사해요. 부모님께서 평소 ‘다른 자식 다 보내주는 어학연수 한 번 못 보내 준다’고 미안해 하셨는데…. 한시름 놓으시면서 자랑스러워하세요.

노승환(노) : 원래 국내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싶었습니다. 실제 이번에 모교 대학원에 입학도 한 상태고요. 대학원 합격 소식이 발표된 직후 WEST 공고를 보게 됐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하면 영어논문도 써야 하고 원서 읽을 일도 많은데 아직 부족해서 영어에 대한 압박을 느끼고 있던 찰나였죠.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서 영어를 확실히 마스터해서 오고 싶어요. 미국 유학도 좀 막연한 느낌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미국에서 직접 생활하고 공부하다 보면 확실한 목표와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습니다.

- 세계적 불황인데다 최근 환율도 높아져서 여러 부담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마지막까지 선택을 망설이게 했던 부분은 어떤 점이었나요? 선발 과정에서 앞으로 이런 점은 개선됐으면 했던 점은요?

임 : 처음 WEST 공고가 나올 땐 기초생활수급자 뿐 아니라 참가 학생 전원에게 일정부분 정부 지원 혜택이 있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그 부분이 중간에 변경돼서 솔직히 마음이 좀 상했어요. 전액 자비 부담이라는 점이 합격 이후에도 고민했던 부분이고…. 1기이다 보니 선례가 없어서 다소 걱정되는 측면도 있었어요. 그 외에는 첫 시행이기 때문에 발생했던 여러 시행착오들인데, 차차 나아질 거라 기대합니다.

 

심 : 진행이 좀 급하게 이뤄진 점, 행정절차가 매끄럽지 못했던 점 등이 아쉽습니다. 이런 부분 때문에 언론으로부터 불필요한 뭇매를 맞은 것 같아요. 언론보도를 보고 참가를 포기한 친구들도 많습니다. ‘1기 되는 것 보고 2기 때 참여해보겠다’는 친구도 있었고요.(웃음) 제 경우 80% 정부 지원을 받고 나머지는 부모님께서 도와주셔서 가지만, 20% 금액도 없어서 못 가는, 진짜 더 어려운 분들도 많이 계세요. 앞으로 지원폭이 좀 더 넓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오리엔테이션 때 식사나 숙소 제공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는데, 멀리 지방에서 오는 친구들을 위해 교통비 지원도 되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기업에서도 인터뷰 때 차비 지원하는 것처럼요.(웃음)

노 : 가장 불안했던 건 불확실성이었어요. 졸업자로서 상당히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처음에 오픈된 정보가 아주 적었습니다. 그 내용만 보고는 결정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특히 스폰서 기관 상세정보 공개 속도가 너무 느려 계속 기관을 바꿔야 했던 부분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처음부터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았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죠. WEST의 가장 큰 장점은 ‘인턴 취업’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은 여전히 다소 베일에 가려져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직종에서 인턴십을 경험하게 될지는 일단 가봐야 아는 상황이니까요. 참가비 입금기간도 앞으론 좀 더 여유롭게 잡혔으면 좋겠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환율이 최고조였을 때 입금했습니다.(웃음)

- WEST프로그램의 특이점은 정부가 미 스폰서 기관과 학생들을 연결시켜준다는 점입니다. WEST 1기 학생들과 스폰서십을 맺은 기관은 ICD, CIEE, AIPT 등 3곳이었죠. 스폰서 기관 선택에 가장 중요한 기준은 어떤 점이었나요?
(공교롭게도 세 명 다 ICD를 지원했다. 수항, 혜민 씨는 샌디에고에서, 승환 씨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다. 학생들은 체류지역을 결정할 때도 장차 자신이 진출하고자 하는 분야를 염두에 뒀다.)

노 : 처음에 ICD 전혀 고려하지 않고 CIEE나 AIPT를 생각했는데 AIPT가 WEST참가자 한국인끼리 영어연수를 진행한단 얘기를 들어서 변경했습니다. ICD가 어학연수 커리큘럼이 가장 체계적으로 나와있어서 선택하게 됐어요.

심 : 전 심플해요. 샌디에고 센터에서 지내고 싶었는데, 샌디에고 지점이 있는 스폰서가 ICD였습니다.

임 : 제가 일하고 싶은 ‘광고 마케팅’ 분야가 인턴 취업 분야에 있는 스폰서가 ICD였어요. 지역은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고 둘 다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추위를 너무 많이 타서…. 날씨 좋은 동네로 결정했죠. 집이 광주인데 오늘 서울 올라오니 정말 너무 춥고 힘들어요.(좌중 웃음)

- 아무래도 인턴 취업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어떤 직종에서 경험을 쌓고 싶은 건가요?

임 : 말씀드린 대로 광고 마케팅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어요. 이제까지 임용 준비하느라 자기소개서 한 번 안 써봤다고 말씀드렸죠? 오로지 시험공부만 했기 때문에…. 대학생활에서 잃은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마케팅 조직에서 일하면서 사회 경험을 많이 쌓고 싶어요.

노 : HR(인적자원)이나 경영 매니지먼트 분야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HR분야는 스폰서사 공지사항에는 없더라고요. 전공을 살려서 IT분야에서 일 해봐도 좋을 것 같은데, 왠지 IT회사에선 말 한 마디 안하고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오게 될까봐….(웃음)

심 : 솔직히 어느 분야든 상관 없습니다. 제 목적은 영어 공부와 미국문화 공부, 미국 조직내 경험이라서요. 그래도 한정하자면 정부기관이나 NGO 단체에서 컴퓨터를 다루는 일이면 좋겠습니다. 제가 지원을 받은 만큼 사회에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 이제 곧 출국하게 되는데, WEST 프로그램 간다고 하니까 주변에서는 뭐라고들 하나요?

임 : 친구들이 너무 축하해줘요. 항상 제발 공부 좀 그만하고 세상 밖으로 좀 나가라고 했던 친구들이라서요.(웃음) 상황은 어렵지만 되레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니 잘 하고 오라고 격려해줬습니다.

노 : 일단 가면 잘 할 거라고 응원해줬습니다.

- 이제 몇 주 후면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떠나게 되네요. 1기생으로서의 각오와 다짐이 있다면 들어볼까요?

임 : 최종 합격됐을 때 사실 너무 기뻤어요. 1~3차 심사를 계속 통과해오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신감도 많이 생겼거든요. 도서관을 벗어나서 세상 속에서 많은 경험을 쌓고 싶습니다. 졸업과 동시에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게 너무 감사해요. 가서 절약하면서 지내고 공부도, 인턴도 열심히 하고 돌아와서 부모님께 꼭 보답하려고요. 성과에 스스로 뿌듯할 수 있도록 잘 다녀오겠습니다.

 

노 : 1기가 인원이 적게 출발하잖아요. 2, 3기에 몇 천명 씩 가는 것보다 아무래도 차별화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이라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190명만 다녀온 거니까 희소성도 있을 거고, 연수센터에 사람도 적어서 오히려 지금 조건이 더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 비자까지만 나오면 정부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은 끝났다고 봅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가서 부딪치는 거니까 열심히 해서 원하는 결과 꼭 이루고 돌아오겠습니다. 영어 잡고, 확실한 비전 잡고 돌아올게요.

심 : 무엇이든지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번 1기가 잘 돼야 2기, 3기가 이어질 수 있는 거고, 그래야 WEST 취지대로 한미관계 발전이나 글로벌 인재 양성 등도 가능해지지 않겠어요?(웃음) 선발과정을 통하면서 나라에서 많이 신경 쓰고 있구나, 자부심을 느껴도 되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환율이나 행정절차 등 외부환경이 WEST 성공의 필수조건은 아닐 거예요. 결국 참가자 개개인의 열정과 의지가 관건이고 열쇠 아닐까요? 그렇게 할 겁니다. 전 특별히 정부지원을 받고 가는 만큼 여러분들의 기대치가 크실 거라고 생각해요. 많이 배우고 돌아와서 홍보대사 역할도 톡톡히 해내겠습니다!


◆ 11일 WEST 프로그램 출범식…이달 말 출국

한·미 대학생 연수·취업(WEST) 프로그램 출범식과 오리엔테이션이 11일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2층 강당에서 열렸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격려사를 통해 “우리나라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여러분은 대한민국의 민간 외교관임을 명심하기 바란다”며 “여러분은 한·미 양국 대통령이 합의한 교류 프로그램 참가자로 선발된 사람으로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참가자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생활을 경험하는데 주저하거나 두려워 말라”고 당부했다.

 

유 장관은 “WEST 프로그램이 한·미 양국 청소년 간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를 제고함으로써 한미 관계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정부는 여러분이 미국 생활을 하는 동안 불편이 없도록 가능한 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도 축사에서 “프로그램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여러분 자신과 여러분의 조국인 한국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자신감을 갖고 많은 경험을 쌓고 즐겁게 지내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어 박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해 모든 나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여러분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이 있을 줄로 안다”면서 “국회에서도 여러분의 활동을 돕고 WEST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출범식은 유 장관과 스티븐스 대사, 박진 위원장, 한나라당 이상득·홍정욱 의원, 민주당 신낙균 의원, 창조한국당 문국현 의원, 스탠리 콜빈 미 국무부 교육문화국 부차관보 등 한·미 정·관계 인사와 미국 스폰서 기관 대표, 프로그램 참가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참가자 대표 선서, 유 장관 격려사, 기타 내빈 축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이어 12일까지 진행되는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외교부와 주한 미대사관, 주한미상공회의소, 각 스폰서 기관 등으로부터 △비자 관련 설명과 발급 안내 △프로그램에 대한 세부 설명 △미국 생활안내 △미국 기업문화 및 인턴생활 안내 등을 받게 된다.

WEST프로그램은 18개월간 미국에 머물면서 영어연수(5개월)와 인턴취업(12개월), 관광(1개월)을 할 수 있는 제도다. 3개 스폰서 기관마다 영어연수 1~5개월, 인턴 취업 12~16개월 등으로 세부 조정이 달라 본인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1기 참가자들은 이달 말까지 미국으로 건너가 다음 달 초부터 영어 연수를 시작하게 된다.

정부는 영어연수와 인턴 구직 상황 등을 지속 점검해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1기 시행과정에서 미흡했던 부분들은 꼼꼼히 분석, 보완해나갈 방침이다. 현재 외교통상부는 2기생부터 지원 대상을 차상위계층까지 확대하고 학자금 대출도 가능하도록 법령을 손질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참가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다각적 방안을 찾고 있다”며 “정부 지원 대상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한정하지 않고 대상을 확대해 소득수준별 차등 지원 방안을 아울러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홍보지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