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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한미FTA 막연한 두려움 퍼뜨리지 말아야
2009.03.14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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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교수가 지난해 12월22일자 <한겨레>에 한미자유무역협정(이하 한·미 FTA)을 비판하는 글을 실은 이후 필자와 이 교수는 두 차례에 걸쳐 반론과 반박을 교환했다. 특히 이 교수는 지난 2월23일자 두 번째 반박에서 한·미 FTA를 다시 한 번 비판하면서 정부측 답변을 요구해 왔다. 이에 <한겨레>측에 반론문 게재를 요청하였으나 보름이 지나서야 게재가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따라서 대한민국 ‘정책포털’을 통해 이 교수가 제기한 몇 가지 질문에 답하고 이 교수 주장의 오류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 후 멕시코가 외환위기를 겪었던 것에 대해 이 교수는 자유무역협정에도 불구하고 왜 경제위기가 왔는가라고 묻고, 멕시코 정부가 자유무역협정 추진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던 사실을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자유무역협정의 본질을 오해한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자유무역협정보다 훨씬 강력한 경제공동체지만, 아일랜드와 영국을 비롯한 여러 회원국들이 지금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아무도 오늘의 경제위기를 이유로 유럽연합의 유용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자유무역협정은 수출을 늘리고, 수입품의 가격을 떨어뜨리며, 산업 경쟁력을 강화시킬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것만으로 경제위기를 방지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1995년에 124개에 불과했던 자유무역협정은 2008년12월 말 현재 230개로 늘었다. 자유무역협정이 과연 이 교수의 주장대로 아무런 효과가 없다면 자유무역협정의 전 세계적인 급격한 증가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그리고 멕시코는 왜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페루 등과 FTA를 다시 추진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둘째,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에 대해 이교수는 여전히 납득하기 어렵거나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미국 기업은 거의 패소하지 않는다는 이 교수의 주장에 대해 필자가 NAFTA에서의 통계를 들어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자, 이 교수는 필자의 반박을 받아들이면서도, 미국이 두려운 상대이므로 이 제도는 한국에 불리하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는 우선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강하다는 점을 들고 있는데,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를 비롯한 국제사법제도는 바로 이러한 국가간의 영향력 차이를 배제하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법적 논리에 의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것임을 간과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어 우리는 공격 목표가 될 공익적 규제가 미국보다 많아 불리하다고 했는데, 지면관계상 일일이 설명하기 어렵지만 한미FTA는 다양한 조항을 통해서 정부가 정당한 공익적 규제를 도입할 권한을 허용하고 있다. 이 교수는 또한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가 우리 헌법에 맞지 않는 초헌법적 조치라고 했는데, 어떤 조항을 두고 그렇게 생각하는지, 어떤 헌법학자가 이 교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묻고 싶다. 투자자-국가분쟁제도는 우리가 맺은 80여개의 투자협정 중 대부분, 그리고 국회 비준동의를 거친 한일투자협정과 칠레, 싱가폴, 유럽자유무역지대(EFTA)와 맺은 FTA에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 교수는 이 모든 협정이 위헌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정우 교수가 주장하는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로 인한 ‘위축효과’도 지나친 우려이다. 우리나라는 1967년 독일과 맺은 투자보장협정부터 시작하여 위에 설명한 대로 80여개 나라와 이 제도를 포함한 협정을 맺고 있으나, 한 번도 제소된 적이 없다. 최근 세계적으로 투자자 제소가 급증하고 있다고 하나, 대부분 중남미 국가들이 경제위기 상황에서 외국기업과 맺은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 제소당한 것이다. 이 교수는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에 의해 우리의 정책주권이 침해될 수 있는 예로 광우병 위생검역조치를 들고 있지만, 한미FTA는 국민 건강과 같이 정당한 공공복지를 위한 조치는 원칙적으로 제소대상이 아님을 명시하고 있다.

이 교수가 유럽국가들의 FTA에는 ISD가 없다고 주장하여 필자는 EU의 협상권한상 제약 때문에 EU가 체결하는 FTA에는 ISD가 없지만 회원국들이 개별적으로 체결하는 투자협정은 대부분 ISD가 포함됨을 지적하였다. 이 교수는 필자의 지적을 받아들이면서도, 근거를 밝히지 않고 유럽 국가들이 맺은 협정의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 조항은 한미FTA에 있는 것과 이름은 같지만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유럽 국가들의투자협정과 한미FTA의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 조항을 비교해 보면 기술적인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는 동일함을 알 수 있다.

다른 자유무역협정과 달리 한미FTA의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절차에서 패소하면 무역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주장도 사실과 멀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의 투자챕터는 국가가 패소했을 경우 투자자에 대한 보상을 금전적 배상 또는 재산의 원상회복으로 한정하고 있다. 물론 패소한 국가가 투자자에 대한 배상판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국가간 분쟁해결절차를 거치게 되고 여기서 다시 패소하고도 판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제소국이 피소국에 대한 협정상 혜택을 정지할 수 있으나, 이는 자유무역협정을 포함한 국제무역협정의 당사국이 보편적으로 가지는 권리이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호주가 미-호주자유무역협정에서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를 제외할 것을 주장, 관철시킨 사례를 들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고 있다. 그러나 각국이 진행하는 협상은 그 나라의 고유한 손익계산과 민감성을 반영하게 마련인데, 여기에 대한 고려 없이 한 협정의 특정부분만을 떼어 내어 이를 잣대로 다른 협정을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 일례로, 호주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를 두지 않는 대가였는지 자국이 수출경쟁력을 가진 농업에서 미국에게 많은 양보를 하였다. 우리가 미국과 협상에서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를 제외하는 대가로 자동차나 전자제품을 비롯하여 우리가 수출 경쟁력을 가진 공산품에서 대폭 양보를 하였다면 이 교수가 어떻게 평가하였을지 궁금하다.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는 전세계 2500여개 투자협정에 포함된 일반화된 제도이며, 미국에 투자한 우리 기업들도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과 협상에서 투자자-국가분쟁제도를 두는 대신 우리나라의 특수상황을 반영한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추가하는데 주력하였다. 국내에서 논란이 많았던 간접수용의 예를 들면, 보건·환경·안전정책은 물론 조세·부동산 정책도 원칙적으로 간접수용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명시하였고, 간접수용 판단법리에 우리 대법원의 수용 법리상 원칙인 ‘특별희생’ 법리를 추가하였다. 이런 것들은 미국이 자국 표준문안의 수정에 동의한 최초의 사례이다.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뿐만이 아니라 어떤 사안이든지 막연한 두려움만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필요한 부분에 우리의 입장을 반영해 나가는 것이 협상을 잘하는 길이며, 협상결과도 그런 시각에서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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