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의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 보고서 이래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용어가 회자되기 시작된 지 벌써 20여년이다. 하지만 그간 우리는 얼마나 더 지속가능하게 살게 되었을까?

2002년 지속가능발전세계정상회의(WSSD)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실천을 강조하며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을 ‘지속가능발전 교육을 위한 10년’으로 제정할 것을 권고하였다. 지속가능한 사회는 결국 개개인의 생활 철학의 변화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를 이끌어갈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엔 역시 산하연구기관인 유엔대학교를 통해 2005년부터 전 세계에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실행하기 위한 시범 도시 RCE(유엔지속가능발전교육센터: Regional Center of Expertise on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를 지정하고 교육을 통한 지속가능한 미래 만들기의 거점으로 삼고 있다. 전 세계 55개 RCE 가운데 몇 곳의 교육 활동을 엿보자.

지역사회와 네트워크 구축…뮌헨 ‘하일브론 어린이 대학’

독일 뮌헨 하일브론 대학은 ‘하일브론 어린이 대학’(Kinder-Universitat Heilbronn)을 운영하고 있다. 2002년 독일 튀빙엔 대학에서 시작돼 유럽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어린이 대학’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어린이들이 직접 대학에 등록하여 대학생들처럼 과정을 밟는 것이다. 환경·문화·과학 등 어린이들이 관심 있어 하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학 교수들이 알기 쉽게 강의를 하는 방식이다.

운영은 시민들의 세금으로 이뤄지며, 교수들은 자원봉사자로 참여한다. 대학이 지역사회 내에서 교육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독일에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갈 어린이들이 자라고 있다.

전통생활 속의 교육…일본 센다이 이구네 학교

일본 센다이 광역지구 RCE의 ‘이구네 학교’는 짚과 나무로 만든 전통 가옥을 둘러싼 방풍림을 교육의 장으로 삼는다. 아이들은 학교 정기 현장학습을 통해 이구네 학교를 찾아 전통가옥을 지키며 살아가는 분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태풍으로부터 집을 보호해온 수백년 된 방풍림에서 나무의 숨소리를 듣는다. 숲의 다양한 재료들을 이용해 각종 숲 체험 프로그램을 스스로 만들기도 한다.

농민들을 도와 논을 직접 가꾸며 도시에서 알지 못했던 수확의 기쁨을 느낄 수도 있다. 겨울에는 인근 습지에서 철새들을 관찰하며 복잡한 생명의 그물을 이해한다. 생활현장과 교육이 함께 하는 ‘센다이 이구네 학교’. 단순 체험프로그램이 아니라 연중 마을의 삶과 함께 호흡하는 배움터가 되고 있다.

학생 스스로 사회문제를 풀다…케냐 ‘에코 스쿨’

유엔환경계획(UNEP)본부가 위치하기도 한 케냐 나이로비 RCE에서는 빈곤 퇴치를 위해 학교와 학생들이 나서고 있다. ‘에코 스쿨’이라고 불리는 이 학교들은 시 정부와 교육부, UNEP 등이 협력해 학교 환경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생활 환경을 바꾸어갈 수 있도록 한다.

위생 등 기본적인 환경의 질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수익을 낼 수 있는 시범 프로그램을 통해 빈곤퇴치를 위한 훈련을 학교에서부터 하고 있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은 이처럼 자기 생활의 문제를 하나씩 풀어갈 수 있는 문제해결력을 갖추는 일이 된다.

어린이 녹색 교육 통해 지속가능사회 도모

이처럼 외국에서는 지속가능교육을 통해 네트워크를 만들고, 자연과 전통과 호흡하며, 학교에서부터 사회문제를 고민한다. 지속가능한 미래의 길을 찾기 위해 지역의 당면 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펼쳐나가고 있는 것이다.

삶 속에 서서히 스며들어 미래의 선택을 바꾸는 교육.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교육은 어떤 모습일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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