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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꽃남’만 있더냐…‘꽃농·꽃박’도 있다
2009.03.26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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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서 미래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꽃 개발에 열과 성을 다하는 연구진, 국산 품종 화훼로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농민들이 그들이다. 송정섭 농촌진흥청 화훼과장으로부터 2회에 걸쳐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꽃 수출, 위기를 기회로 아는 농가들

극심한 경제위기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국산 꽃을 재배하여 일본이나 중국, 미국에 수출하여 소득을 올리고 있는 농가들 이야기다. 전주에 있는 국중갑 화훼농가는 ‘샤이니 골드’ 등 국산 프리지아 품종들을 재배하여 지난 2~3월, 졸업시즌을 맞아 일본시장에 집중 수출한 결과 국내시장보다 월등히 좋은 가격을 받았다.

국씨는 얼마 전까지 네덜란드에서 육성한 ‘이본느’ 품종을 재배하였으나 제 작년부터 농촌진흥청(원예특작과학원)에서 개발한 국산품종들을 시범재배한 결과 꽃수, 꽃모양, 꽃 길이 등 모든 형질이 네덜란드 산보다 월등히 우수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번 일본 수출은 자신이 재배하던 프리지아를 모두 국산품종으로 바꿔 재배하여 얻은 쾌거다. 최근의 엔고현상은 그에게 더 큰 기쁨을 안겨주고 있다.

국산 프리지아 샤이니골드, 올해 초 일본 수출결과 호평을 받았다.

진천의 이천희 장미재배농가는 네덜란드산 장미를 쭉 재배해오다 점차 종묘비 증가요인으로 작용하는 로열티 부담으로 재작년부터 농진청에서 육성한 ‘펄레드’ 품종을 재배하였다. 작년 11월부터 일본에 수출한 결과 동경 오다경매시장에서 본인도 놀라울 정도로 좋은 가격을 받았다. 일반 장미들은 송이당 50엔을 받은 반면 펄레드 품종은 95~100엔을 받았기 때문이다. 국산장미의 우수성이 입증되자 인근의 진천 장미수출조합법인의 대부분 회원들이 국산품종으로 재배를 전환하여 국산품종의 보급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국산장미 펄레드는 지난해 일본 시장에서 다른 품종보다 월등히 높은 송이당 95~100엔씩을 받았다.

2007년 10월, 일본 동경꽃박람회장. 한국산 국화 ’백마‘ 품종이 많은 일본 바이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국측 우리 연구진으로부터 품종에 대한 특성 설명후 몇 가지 질의응답이 끝나자 일본 바이어들로부터 본격적인 계약제의가 들어왔다. 2008년 한해동안 최고 500만 달러까지 수입하겠다는 협약체결에 이르렀다. 500만 달러면 대략 1000만 송이인데 그동안 고작 50만 송이 이내로 수출하던 대국(大菊)이라 우리 측도 전혀 예상치 못한 큰 액수였다.

이 계약을 근거로 2008년도에 국내에 백마품종 재배면적이 조금 늘면서 100만 본을 수출하였고, 재배면적 확대를 위해 올해 초 일본의 수입상들이 우리나라 농가들에게 찾아와 백마를 수출해달라고 역 설명회까지 이어졌다. 재배농가가 늘고 있어 올해 최소 300만 본은 일본에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은 연간 10억 본의 대국을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 국화의 수출시장으로서 잠재력은 실로 엄청나다. 특히 ‘백마’ 품종은 이미 중국, 일본에 품종보호 출원이 되어 있어 우리만이 독보적으로 생산, 수출할 수 있어 향후 일본 국화수입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을 수 있을 만큼 기대가 크다.

국화 백마. 절화수명이 길고 가운데 녹심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농촌진흥청의 꽃 박사들

이런 쾌거의 배후에는 국내 연구진들의 숨은 공로가 있다. 농촌진흥청은 그동안 주로 식량작물에 대한 품종육성에 주력해 왔으나 1992년부터는 꽃 육종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꽃 육종은 짧게는 6~8년(장미, 국화, 나리, 선인장 등), 길게는 12년 이상(난 등) 이상 걸리는 장기적인 일이며, 육성 후에도 주산지 시범재배를 거쳐 농가가 재배품종으로 선택해야 품종으로서 진가를 발휘한다.

꽃은 농산물 중 일찌감치 국가간 거래가 자유화되어 있어 화훼농가는 외국 종묘를 사다 재배하여 국내시장에 내거나 수출하는 것이 이미 습관화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품종육성사업은 유럽의 300년 역사에 비하면 이제 20년도 채 안되었지만 육성품종의 품질이나 수량성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현재 장미농가가 재배하는 10%정도가 국산품종이며, 2008년 1000만 달러가 넘는 수출물량 중 23%가 국산품종이라는 사실은 국산품종의 우수성이 해외에서 객관적으로 입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화훼과는 바로 국산품종의 세계화에 승부를 건 국가 연구팀이다. 임진희 연구사(46세, 농학박사)는 한창 봄 날씨에 국화 육종온실에서 우량품종을 만들기 위해 교배하고 계통 선발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그녀는 지난해 ‘백마’ 품종의 농가 안전재배를 위해 전국 국화농가에 다니느라 무수히 발품을 팔았다.

국화 육종온실에서 교배중인 연구원

사실 꽃 육종담당자는 1인 3역을 충분히 소화해야 한다. 좋은 품종을 만드는 육종가, 만든 품종이 농가에 잘 재배되도록 하는 컨설턴트, 재배농민들의 지도자로서의 3역을 해야 하는 것이다. 또, 연구자로서 틈틈이 좋은 논문도 투고해야 하고 책도 써야 한다. 단순히 월급 받고 일하는 공무원이라는 시각만 갖고 산다면 얼마 배겨나지 못한다.

임 박사는 이런 역할에 충실한 공로로 지난해 연구원으로는 최고의 영예인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원상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장미의 김성태, 나리의 이혜경, 난의 김미선, 선인장의 박필만, 거베라 박상근, 프리지아 조해룡, 포인세티아 이은경 연구사 등은 위의 임진희 연구사처럼 우리나라 최고의 꽃 육종가들이다. 이들의 집념이 계속되는 한 우리나라 농가들이 재배하는 꽃의 50%이상을 국산화 시키는 일도 그리 요원한 일이 아니다.

화훼강국으로 가는 길

농촌진흥청에서는 보다 우수한 품종을 만들고 국산품종을 조기에 농가에 공급하기 위해 2006년부터 품목별 전문연구사업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사업단은 국내 해당작목의 최고 전문가들인 원예특작과학원, 도농업기술원, 농업기술센터 등 국가기관 관계자와 화훼분야 대학교수, 종묘업체 및 수출농가 등이 포함되어 있다. 운영은 육종, 보급 및 품질향상 분야로 구분하여 참여자의 전공, 지역성 등을 고려해 역할을 분담하고 목표를 설정하여 계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사업단 운영성과로 2008년 말 기준 장미, 국화는 8%까지 국산품종 보급률을 높일 수 있었다. 올해는 각각 12%까지 끌어올리고 2012년에는 25%까지 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목표달성에 주력하고 있다. 이로써 현재 120억 원(‘08 추정치) 정도를 부담하는 대외 로열티를 크게 감소시켜 농가의 종묘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훼 육종은 국가간 거래에서도 보호주의가 철폐되어야 하는 시점에서 화훼농가의 대외로열티 지급을 줄여 종묘비 부담을 낮춰주고, 우리나라 화훼종묘산업을 강화해 세계시장에 종자를 수출할 수 있도록 기반을 잡으며, 세계 거대시장이자 이웃하는 일본, 중국시장에 우리 국산 꽃들을 집중 수출하여 동북아 꽃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수 있는 확실한 아이템이다. 이런 꽃 산업 전쟁에서 국내 연구진들은 이미 충분한 경험을 토대로 본 궤도에 진입하였으며 금후에도 가시적인 성과가 꾸준히 나타날 것으로 확신한다.







송정섭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화훼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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