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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한-칠레 FTA 5년, 시장개척·투자 적극 나설 때
2009.04.01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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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주요 선진국들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점차 가속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다자주의 중심의 통상정책에서 적극적인 FTA 체결을 통한 양자간 무역확대 방향으로 통상정책을 변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었고, 이에 1998년 대외경제조정위원회에서 FTA 체결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첫 대상국으로 칠레를 선정했다.

FTA 첫 상대국으로 칠레를 선정한 이유는 칠레가 중남미 국가뿐 아니라 나아가 미주지역으로 진출하는데 있어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미 다수의 국가와 FTA를 체결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과의 무역관계를 볼 때 교역비중이 크지 않고 상호 보완적인 측면이 많아 FTA를 체결하더라도 큰 충격이 없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1998년 11월에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칠레 양국은 FTA 추진에 합의함으로써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돼, 2002년 10월 제네바에서 열린 제6차 협상에서 한-칠레 FTA가 타결, 2003년 2월에 정식 서명을 했다. 2004년 2월에는 한국 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이 통과됨으로써, 그 해 4월1일부터 한-칠레 FTA가 발효됐다. 올해 4월1일로, 발효 5주년을 맞은 한-칠레 FTA에 대해 그간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FTA 후 한-칠레 교역량 3.9배 증가

우선 한-칠레 FTA 이후 양국간 교역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자. 한-칠레 FTA 발효 시점을 기준으로 양국간 교역량은 발효 전 약 18억5000만 불에서 발효 후 5년차에는 약 71억6000만 불을 기록, 약 3.9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대칠레 수출은 발효 전 5억불에서 30억3000만 불로 약 6배, 칠레로부터의 수입은 13억3000만 불에서 41억3000만 불로 약 3배 증가했다. 한국의 대칠레 무역수지는 협정 발효 1년차에 11억 달러 적자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증가하다 발효 3년차에 한국의 대칠레 주요 수입품목인 동 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크게 상승했으나, 발효 4년차에 수출이 큰 폭으로 상승해 이후 약 10억 달러 내외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칠레와의 FTA를 체결하면서 대칠레 공산품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질적으로 자동차, 전자제품 등 공산품 수출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칠레의 대한국 자동차 수입 규모는 한-칠레 FTA가 발효한 2004년에는 2억4000만 불에서 2008년에 7억3000만 불로 연평균 3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칠레 자동차 수입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점유율은 아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양국간 FTA가 발효된 2004년에는 13.9%였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07년에는 19.3%에 이르렀다가 2008년에는 16.9%로 다소 감소했다. 한국자동차와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을 보면 한-칠레 FTA가 발효되기 이전인 2003년에 26.4%를 나타내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 정도의 점유율을 보이다가 2008년에는 21.3%로 다소 증가했다. 칠레의 대중국 자동차 수입은 2006년에 증가 양상을 보이면서 2008년 칠레 자동차 수입시장에서 4.5%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일도 칠레와 FTA, 치열한 경쟁 불가피

종합해보면 우리나라는 FTA의 선점효과를 통해 대칠레 자동차 수출증가 및 칠레 자동차 수입시장 점유율 확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으나, 최근 칠레가 일본, 중국과의 FTA를 체결·발효함에 따라 칠레시장에서 이들 국가와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한-칠레 FTA와 관련해서 농업 부분은 양국간 협상이 타결하기 이전부터 칠레와의 FTA가 발효되면 칠레로부터 농산물 수입이 늘어나 경쟁력이 취약한 우리나라 농업(특히 과일)은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한-칠레 FTA 발효 1년 전 칠레로부터의 농축산물 수입은 약 5900만 불에서 발효 5년차에는 1억9000만 불로 약 3배 증가했다. 한-칠레 FTA 발효와 함께 칠레로부터의 수입은 증가하고 있지만 전체 농산물 수입에서 칠레산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내외이며, 현재까지 주요 수입품목의 개방 폭이 크지 않아 한-칠레 FTA가 국내 농업 부문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주요 수입품목인 돼지고기, 삼겹살 등은 국내 부족부분을 채워주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 후생 측면에 기여하는 바가 큰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첫 자유무역협정인 한-칠레 FTA는 우리가 다른 나라와 FTA를 추진하면서 시장을 넓혀 가는데 귀중한 경험을 제공한 것은 물론 양국 모두에게 '윈-윈'의 효과를 가져다 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칠레가 일본, 중국 등 우리의 경쟁국과 잇따라 FTA를 체결하면서 그 효과에 영향을 주는 만큼 더욱 적극적인 시장 개척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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