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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한미동맹, 새로운 60년을 바라보며
2009.04.02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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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한미수교 127년이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은 지 56년이 된다. 세계 동맹의 역사에 비추어볼 때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냉철한 이해타산과 국익에 따라 움직이는 국제관계 속에서 반세기가 넘도록 끊임없이 진화·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동맹관계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고 한미관계가 항상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카쓰라-태프트 밀약과 한일합방, 애치슨라인과 6.25 전쟁, 닉슨독트린과 미7사단 철수 등은 한미관계 속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이다. 하지만 한미관계는 어려운 고비를 넘길 때마다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며 상호 불가분의 관계로 맺어졌다. 특히 6.25전쟁, 월남전, 걸프전, 이라크전 등을 함께 치르며 한미는 단순한 동맹의 차원을 넘어 ‘피를 나눈 형제’와 같은 혈맹으로 다시 태어났다.

한미동맹이 한반도 안보의 기본축으로 작동하는 동안 우리는 전쟁의 폐허를 딛고 경제기적과 민주화를 달성하였다. 오늘날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세계 최고수준의 자유를 누리며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하고 있다.

21세기의 도전과 한미동맹 미래상

그런데 21세기에 이르러 한미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국제테러, 불법무기, 마약, 해적 등 비전통적 안보 위협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세계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은 안보환경의 불확실성과 미증유의 경제위기라는 이중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여 한미관계도 재조정 과정에 있다. 특히 군사적 차원에서는 주한미군 재배치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을 통해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이 지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동맹구조로 탈바꿈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미동맹이 금세기를 넘어 다음 세기에도 계속 역동적으로 진화, 발전하려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한미동맹의 바람직한 미래 모습은 ▲호혜적 동맹, ▲포괄적 동맹, ▲글로벌 동맹이다.

첫째, 미래 한미동맹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호혜적 동맹’이 되어야 한다. 20세기까지만 하더라도 한미관계는 대체로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받기만 하던 일방적 불균형의 관계였다. 하지만 우리의 국력도 많이 커진 만큼 한미관계도 이제는 서로 주고받는 쌍방향의 균형적 관계로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한미동맹은 군사위주의 일차원적 동맹에서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포괄적 동맹’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6.25 전쟁을 계기로 태동한 한미동맹은 냉전시대를 거치며 군사 일변도로 발전되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생존을 넘어 번영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영역도 이제는 군사안보의 범주를 넘어 금융위기, 기후변화, 에너지문제, 녹색뉴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히 공조하는 방향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셋째, 한미동맹은 점차 한반도 차원을 넘어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글로벌 차원의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진화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남북분단의 현실에 묶여 4강 외교에 치중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전략환경의 변화로 인해 한반도·동북아 안정만으로는 국가안보와 번영을 도모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도 이제는 눈을 크게 뜨고 멀리 보며, 아시아, 중동, 유럽 등 글로벌 차원에서 미국과 함께 공동이익을 창출하는 전략동맹으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신정부 출범과 21세기 전략동맹

지난해 이명박 정부의 출범에 이어 올해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한미동맹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전기(轉機)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한미양측은 한미동맹을 ‘아시아 안정의 초석’으로 평가하고 한·미 공동의 가치와 신뢰에 기초하여 ‘21세기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기로 하였다.

한·미 전략동맹은 상호보완적 역할·책임분담과 리더십 분담을 통해 공동이익의 극대화를 지향해야 할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한반도·동북아에서는 미국이 우리의 튼튼한 버팀목이 되고 세계무대에서는 우리가 미국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는 ‘상호의존적 동반자관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리더십이 아시아·세계 속으로 뻗어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비전이라도 국민 공감대 없이 실현되기 어렵다. 한미 양국정부는 전략동맹의 방향과 원칙 및 실행계획을 수립하여 양국 국민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양국 국민들은 한미관계 127년의 성상(星霜)을 딛고 또 다른 60년·100년 앞을 내다보며 ‘건강하고 성숙한 동반자관계’로 거듭나도록 절대적인 지지와 성원을 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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