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에 출연하는 박지선의 ‘참 쉽죠~잉’이 인기다.
박지선이 “우린 시간이 없습니다. 틈새시장을 노립시다”며 내놓는 남자 공략법 대로라면 정말 사는 게 “참 쉽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참 쉬운’ 게 별로 없다. 특히 지금처럼 경기 침체기에는 청년들의 일자리 구하기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별을 따다 주기보다 어려운 현실이다.

그렇다면 행정인턴은 어떨까. 정부가 대졸 미취업자에게 실무경험을 제공해 취업역량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빠른 곳은 지난해 말부터 채용하기 시작한 행정인턴들은 그래도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만나봤다.

# “10개월은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주이영씨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근무하다 지금은 (주)영풍정밀이라는 회사에 출근하고 있는 주이영씨. 미국에서 학부를 마친 뒤 지난해 부푼 꿈을 안고 귀국했지만, 악화된 경제여건으로 취업이 안 돼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단다.

농식품부에서 어떤 업무를 했었나?
“국제농업국 소속 국제협력총괄과에서 근무했다. 주로 농수산 및 식품관련 국제동향을 찾아 요약해 일일 외신동향이라는 소식지를 농식품부 전체 공무원 이메일로 돌리는 일을 했다. 또 간단한 번역 업무도 간혹 했다.”

행정인턴 업무가 본인의 전공과 관련성이 있었나?
“미국에서 학부를 마쳤기 때문에 영어에 자신이 있었고, 또 전공이 국제관계학이기 때문에 영자신문을 통해 외신동향을 파악하는 일은 흥미로운 일이었다.
인문계열 출신들은 특별한 능력보다는 우선 취업의 기본 스펙인 영어성적과 인턴을 하면서 익힌 실무경험 등을 민간기업에 지원할 때 보여줄 수 있다는 부분이 강점이라면 강점이다.”

행정인턴 근무 때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우연인지 전공과 얼추 비슷한 ‘외신동향’이라는 일을 하도록 해주고 책임감을 가지게 해 준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또 인턴 동기들과 함께 힘든 고민과 생각을 나누며 친목을 다질 수 있었던 부분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현재는 떨어져 있지만,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행정인턴 때의 경험이 취업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보나?
“솔직히 말하면, 행정인턴이라는 경력은 입사지원서 쓸 때나 면접 때 큰 메리트는 되지 못하는 것 같다. 행정인턴 기간이 짧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여전히 지원자들의 스펙을 더 중요시 하는 것 같다. 물론 자기 분야에 딱 맞는 곳에서 일하게 돼 경력을 쌓는 인턴들은 취업과정에서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런 도움도 안됐다는 말인가?
“그렇진 않다. 조직생활을 미리 해봄으로써 직장생활의 감을 익힐 수 있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회사 면접 때도 면접관 중 어느 분이 ‘행정인턴으로 있었느냐, 좋은 경험했다’고 말씀한 것도 아마 미리 조직생활을 경험해 본 것을 긍정적으로 보신 게 아닌가 싶다.
가장 중요한 것은 행정인턴으로 일하면서도 끊임없이 자기개발에 열중해야 하는 것과 10개월이란 기간이 마치 평생직장이라도 된 듯한 안도감에 빠지지 말고 항상 구직활동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행정인턴 운영실태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나?
“행정인턴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인턴의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 정부는 행정인턴에 책상 하나 주고 쉬었다가 퇴근하는 그런 곳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정식 공무원과 동등하진 못할지라도 인턴에게 책임의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업무분장을 해 일에 대한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턴사원 역시 ‘10개월 하면 안볼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해야 한다.

또 100만원이 채 안되는 급여도 행정인턴들에게 부담이다. 대부분 집에서 용돈을 받아쓰는 것이 싫은 나이이고, 한 푼이라도 절약해야 할 20대 후반 30대 초반이 행정인턴의 연령대임을 감안 한다면, 적어도 점심값은 식권을 배부해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관별로 행정인턴의 취업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도서대출이 자유롭지 못한 것이 아쉽다. 농식품부도 도서대여는 정규 공무원에 제한을 두고 있었다. 행정인턴들이 자유로이 책을 볼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인턴들에게 취업에 필요한 도서를 구매,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농수산부 역시 사내에서 영어교육 및 OA관련 강좌를 개최하곤 했다. 하지만 청년구직자는 토익이나 회화 혹은 컴퓨터 및 금융 자격증 같은 실질적으로 필요한 자격증 취득이 절실하다. 희망자에 한해 출석률 80%이상 등의 조건을 제시하고 학원비 50%지원과 같은 혜택을 줬으면 한다.”

# “연휴 때 만든 PPT는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김경진씨

 

지난 13일부터 ‘트루에이치알(True HR)''이라는 인재관리전문기업에 다니고 있는 김경진씨는 1월19일부터 4월10일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행정인턴으로 근무했다. 출근한 지 열흘도 채 안 돼 배울 것도 많고 업무에 능숙해 지려면 근무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면서도 기분이 최고인 표정이다.

식약청에서는 어떤 일을 했나?
“식약청 관련 판례를 검토하거나 조직 개편 관련 규정과 법령을 정비하는 일을 했다. 지원 당시에는 ''행정분야''로 지원을 했었는데 전공(법학과)을 고려해 업무를 배분해 준 것 같다.”

행정인턴을 지원했던 이유?
“헤드헌터가 되고 싶었다. 헤드헌터 준비과정에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경력도 쌓을 생각에 행정인턴을 지원했다.”

행정인턴을 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2005년 2월 졸업하고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사법시험을 2년 가까이 준비했었다. 그러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겠다’는 생각에 연극 무대를 찾아갔다. 무대 위 열정이 좋아보였기 때문이다. 파란소금이라는 극단에서 아동 뮤지컬 ‘인어공주’ 팀에 공연을 했다.”

행정인턴 경험이 취업에 도움이 됐다고 보나?
“직접적인 관련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행정인턴을 하면서 조직 생활을 경험해 보고 기본적인 업무 틀을 익힐 수 있어서 좋았다. 덕분에 정식 직장에 입사하면서도 조직생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없었다.
또 엑셀이나 파워포인트와 같은 프로그램들을 다룰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다른 신입사원들에 비해 실무경험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도움이 됐다.”

행정인턴 때 기억에 남는 일은?
“과에서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파워포인트(PPT)를 다루지도 못하면서 덜컥 자원했다. 의욕만 충만했던 인턴 초기 때였다.
마침 설날 연휴라 필요한 자료를 싸들고 집으로 가져가, 친척들이 TV를 보며 담소를 나누는 동안 방 안에서 머리 싸매고 연휴 내내 파워포인트와 씨름한 일이 기억에 남는다.
나중에 완성된 파워포인트 자료를 제출하자 과 정직원분들이 “작은 일이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그 결과 업무하는 동안 크고 작은 일을 믿고 맡겨줬다.”

행정인턴이라는 제도에 대해 평가한다면?
“인턴을 처음 시작할 때 언론 등에서 행정인턴을 두고 ‘행정인턴은 빛 좋은 개살구’, ‘고개숙인 인턴’이라고 했었다. 이건 아니다 싶어 일부러 더 당당히 얼굴을 들고 다녔었다.
이런 말 때문에 의기소침하거나 자기가 하는 일을 작게 생각하는 인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행정인턴이라는 제도는 개인이 마음먹고 하기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정부에서도 다양한 지원을 하는 만큼 인턴이라는 제도를 자기에게 맞게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행정인턴을 하면서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자기가 원하는 방향은 어디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행정인턴 제도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행정인턴이 실무 경험을 쌓기 위해 마련된 점이 큰 만큼, 인턴이 앞으로 지원하고 싶은 분야의 일을 맡을 수 있었으면 한다.
예를 들어 현재는 원래 전공만을 고려해 선발하거나 담당부서에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공과는 다른 분야에 경력을 쌓고 싶은 사람도 많을 수 있다. 전공만 고려하기보다 앞으로 취업하고자 하는 분야도 함께 고려했으면 한다.”

■ 10개월 ‘알바’ 아닌 취업의 발판 되도록

주이영, 김경진씨의 취업 성공사례는 행정인턴 경력이 미리 조직생활을 경험해 보고 실무경험을 쌓음으로써 직장생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행정인턴을 ‘10개월알바’정도로 생각하며 의기소침해 있을 것이 아니라, 자기개발에 열중하며 항상 구직활동에 최선을 다한다면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 두 사람처럼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는 행정인턴 1만 924명 가운데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753명. 중앙행정기관에서는 행안부(인턴 60명 중 16명), 공정거래위(10명 중 3명), 방위사업청(18명 중 4명) 등이 취업률이 가장 높았고 경찰청(2042명 중 124명), 지식경제부(667명 중 31명) 등이 취업자 수가 많았다.

또 2월 조사에 따르면, 행정인턴 중 81.5%가 인턴 근무에 만족하고 있으며, 인턴 경험이 향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답변이 87.5%로 높게 나왔다.

앞으로도 정부는 행정인턴에 대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특별휴가 및 취업박람회 참여, 입사추천 등 각종 취업지원 방안을 통해 행정인턴의 취업률을 계속 높여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해양부, 환경부, 노동부, 법무부, 국세청, 경찰청, 산림청 등 대다수 기관들이 4~5월 중 자체교육훈련기관을 통해 행정인턴 교육을 실시한다.

노동부의 경우 취업지원프로그램인 ‘인턴CAP’을 4~5월 중 실시한다. 직업선호도 검사, 취업성공 요인 분석, 이력서·자기소개서 작성법, 면접 전략 등 취업활동에 도움이 되는 핵심적 내용으로 구성된다.

또 중앙공무원교육원은 자체 교육훈련기관이 없는 부처 소속 행정인턴 500여명을 대상으로 취업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홍보지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