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아리랑~아라리요~”
 

4일 오후,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 앞마당에 아리랑 연주가 울려 퍼졌다. 무대에는 한복을 입은 사람도, 우리나라 전통악기도 없었다. 대신 몽골 전통의상 ‘델’을 입은 사람들이 몽골 전통악기들을 연주하고 있었다. 관객석 군데군데서 몽골 악기 연주에 아리랑 가사를 붙여 부르기 시작했다.

이색적이면서도 정겨운 이 풍경은 지난 2일부터 열리고 있는 다문화 어울림 한마당 축제의 한 장면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민속박물관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다문화 가정을 이해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다문화 어울림 한마당’의 자리를 마련했다.

몽골문화촌은 이날 몽골의 전통음악과 춤, 기예를 선보였다. 특히 몽골 기예단의 현란한 묘기는 이날 가장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러시아·중앙아시아 출신 다문화 가정 인사를 비롯한 관객들은 러시아 전통 현악기인 바라라이카와 우리나라 해금과 비슷하게 몽골 현악기 호오치르 등의 연주를 들으며 다른 듯 비슷한 각국의 전통음악에 신기해 했다. 또 전통춤을 보며 어깨춤을 들썩이다가도 어느새 고향 생각에 애절해하기도 했다.

러시아 전통음악 공연팀 노바는 이미 대중음악을 통해 리메이크됐던 러시아 민요를 연주해 러시아 음악에 대한 친근감을 이끌어냈다. 오른쪽 두 악기가 러시아 전통악기인 바라라이카다.

그는 “이렇게 춤 하나에도 키르기즈스탄의 다양한 전통 의미가 들어가 있다”면서 “평소 한국 사람들이 중앙아시아를 잘 몰라 서운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중앙아시아를 알고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며 서툰 한국말로도 똑 부러진 사회를 봤다.
 

공연을 보는 관객들 뒤로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지글지글’ ‘빠지직’하는 요란한 요리 소리와 냄새에 사람들은 뙤약볕 아래서도 군침을 삼키고 있었다. 마련된 요리는 양고기나 돼지고기를 구워 만든 러시아 꼬치구이 ‘샤실릭’과 꽃모양의 왕만두처럼 생긴 몽골 ‘버쯔’였다.
 

갈수록 늘어나는 손님에 쉴 틈도 없던 충주시 다문화가정지원센터 결혼이주여성들은 “이번 기회에 우리 전통 음식을 소개할 수 있어 좋아요. 센터에서 한국 음식 만드는 법 배웠듯이 우리도 우리 친정 음식 만드는 방법 알려주고 싶어요”라며 신나게 음식을 지지고 구웠다.
 

버쯔를 한 입 가득 먹은 한 아이는 엄마에게 “저 쪽으로 가자”며 졸라댔다. 그곳은 바로 민속놀이 체험코너. 이미 부스마다 어린이들이 빈틈 없이 매우고 있었다.

전통놀이 체험코너에는 한국과 중국·태국·필리핀 등 다양한 나라의 민속 놀이를 즐기려는 아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국 탈 만들기(왼쪽)와 중국 ‘콩주’ 놀이 모습.

첫 번째 부스에서는 ‘따악따악~ 딱딱’ 대나무 소리에 맞춰 아이들이 뛰고 있었다. 필리핀 민속놀이 티닝클링이다. 아이들은 얼굴이 빨갛게 상기돼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멈출줄 모르고 팔짝팔짝 뛰었다. 놀이가 쉬어보였는지 한 어머니가 “나도 한번”이라며 자신있게 뛰어 들었다가 발이 꼬여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처음해 본 놀이인데도 요리조리 응용동작까지 만들어 냈던 노승민 군(9)은 “외국 놀이라고 해서 전혀 다를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 고무줄 놀이와 비슷한 것 같아요”라며 “엄마랑 함께 민속박물관에 왔다가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면서  필리핀도 가고 중국도 다녀온 느낌”이라면서 다시 뛰어가 티닝클링 놀이를 즐겼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이렇게 어린이와 어른, 그리고 한국과 러시아 중앙아시아 문화가 어우러져 축제를 만들어냈다.
 

태국 놀이 까로깔라 선생님이었던 고자곤 씨(한국명 고자연 씨)는 “매일 오늘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요?”라며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사람들이 제 모습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고 낯설어 했었어요. 저도 처음에는 어울릴 수 없다는 생각에 어색해 했었죠”라며 9년 전 첫 모습을 기억했다.
 

고 씨는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하면 할수록 그 어색함이 줄어든다는 걸 몸으로 느껴요. 그래서 이번 다문화 축제에 태국 민속놀이코너도 제가 자원해서 꾸렸어요. 놀이를 통해 다른 문화를 체험하면 그 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특히 어린 아이들이 태국 문화를 몸소 겪어보면 코시안인 우리 2세들을 만나더라도 까로깔라를 기억하면서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행복하게 웃었다.
 

다문화 어울림 한마당을 반기기는 한국인도 마찬가지다.
 

유치원생 아이를 데리고 나온 김태종 씨(45)는 “이미 우리 주변에는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참 많아요. 하지만 단일 민족, 단일 문화라는 인식 때문에 알게 모르게 결혼이주여성들이나 그 가족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는 게 현실입니다”라며 “특히 어린 아이들도 유치원이나 학교에서‘친구 엄마가 한국 사람이 아니래’라면서 선입견을 가지는 모습을 보고 놀랐었죠. 이런 행사를 자주 마련해서 아이들에게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요청했다.  
 

티 한 점 없이 맑았던 4일 오후. 국립 민속 박물관 앞에 한 바탕 벌어진 축제에서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음악을 듣고 음식을 먹으며 놀이를 즐기는 사이 한국 속 다문화는 이미 하나로 어우러지고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 홍보지원국>